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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8.01 향수병 (7)
Personal Story2011.08.05 10:34

한국에서 시간날 때 마다 책방에 들렸다. 미국에서 영어로 된 책들에 둘러싸여 살다보면 책 자체가 재미라기 보다는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쉬운데 한국책방은 마냥 스르륵 읽히는 한국 책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사탕가게 마냥 달콤하기 까지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공항에서 또한 작은 책방을 들려 비행기 안에서 읽을 책을 샀는데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이다. 짧은 시간 무심코 고른 책들이었는데 사실 세간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책들이기도 했다.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최인호가 암투병을 하며 두달간인가 썼다는 작가가 꼽는 자신의 최고작이라고 해서 유명해지기도 했고 엄마를 부탁해는 영문판으로 나와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고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은 작가 이름을 보고 고른 책이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비행기 안에서 보았는데 2시간동안 거의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던 것 같다. 내용은 몽롱하고 떠있지만 문장과 내용이 가지고 있는 스피드는 꼭 롤러 코스터를 탄마냥 어지럽게 내달린다. 살짝 몽환적인 내용과 빠른 스피드가 묘하게 어울어져 이해하긴 어렵지만 눈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추상화 같은 느낌.

생각보다 실망했던 건 '엄마를 부탁해'이다. 아마도 미국까지 화제가 된 작품이라 기대 또한 컸던 듯 싶은데. 많이 보아왔던 글의 전계방식과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에 대한 기술들.. 그래서 한번쯤 어디선가 읽었던 책 보았던 드라마 내용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은 기교가 쫙 빠진 기본에 충실한 소설이었다. 쓰레기 하치장을 생활터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기본기 탄탄한 소설이 주는 힘이 깔끔하다.

어찌되었든 며칠 시차적응에 시달려하며 읽었던 세개의 소설에서 남는 문장은 아이러니 하게도 황석영 소설의 후기에서 였다.

내용은 옮기자면..

이제 자본주의는 세계의 운명인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서로 다 알면서도, 마치 옛날 민담에 나오는 호랑이 꼬리를 잡고 달리는 소금장수 신세같이 놓을 수도 멈출 수도 없다.
파국의 여러 징조가 보이는데도 꼭 잡고 계속해서 달려야만 한다
.
내가 도시 외곽의 쓰레기장에 주목한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의 삶이 끝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욕망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보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는 삶의 목적이 되었고 온 세계가 그것을 위하여 모든 역량과 꿈까지도 탕진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풍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 외곽에서도 만날 수 있는 매우 낯익은 세상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만들어진 세계이고 체르노빌 후쿠시마처럼 '매트릭스'로써 그 세계는 바로 지척에 있다."      



나만 이런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느끼고 있었나보다.

옛날 아껴야 잘 산다는 우리 믿음을 바보로 만들며 밀려들어 온 자본주의라는 것이 생각보다 빠르게 침몰하고 있다는 것이 이곳에서 바라보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삼포로 가는 길'의 선사시대처럼 느껴지는 한국의 배고픈 상황을 그려낸 작가가 아직도 살아있는 그 짧은 시간동안 우린 자본주의의 풍요의 끝을 보고 다시 그 같은 작가가 파국의 징조까지 이야기 하고 있는 시대....

그렇게 그 짧고 달콤한 한때를 잔치를 위해 우리의 무엇들을 뿜어내듯 내던져 버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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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e,Ji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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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냥 앉아서 책 3권을 다 읽은 느낌입니다.
    호랑이 꼬리를 잡고 달리는 소금장수 신세,
    지금 제 현실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지은님의 더 멋지고 공감가는 글 발행을 고대하고 또 고대합니다.

    2011.08.05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김석님 요즘 많이 힘드신가 보네요..사실 어디 살던 어느만큼의 힘듬이 다들 있는 것 같아요.. 종류만 다를 뿐..옙 이제 정신차리고 글 열심히 써 볼께요.~ ^^

      2011.08.06 03:50 신고 [ ADDR : EDIT/ DEL ]
  2. culturepd

    잘 봤습니다..^^

    네번째 문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작가가 잘못 표기 되어 있네요...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래요..~~~

    2011.08.07 18:05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네요..ㅎㅎ 전 생각이 앞서고 꼼꼼하지 않아 항상 오타와 함께 한다는 ㅎㅎ...블로그도 찾아주시고 감사합니다..^^ culturepd님도 좋은 주말 보네세요.~

      2011.08.07 21:57 신고 [ ADDR : EDIT/ DEL ]
  3. 더 나빠지기 전에 대안적인 삶의 방식. 새로운 구조.. 새로운 생각을 찾아내야 되는데. 사람도 사회도 더 많이 다치기 전에.. 요즘은 공부하고 짚어야 할게 너무 많구나. 싶어요. 아무래도 역사를 공부해야 할 것같 아. 그래야 앞으로 나갈 길, 새로운 시대를 여는 법이 조금이라도 보일 것 같아서.. 답답한 가운데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길을 찾아야겠지..

    2011.08.09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 개개인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이 모든 것들이 매일의 벌이보다 우리 삶을 더 크게 지배하고 영향을 주는데 말이지.. 나도 같은 이유로 역사책 철학책에 좀 빠졌다가 이젠 경제학책으로 돌아서는 중이야. 사실 그래도 잘 모르겠어..

      2011.08.09 23:00 신고 [ ADDR : EDIT/ DEL ]
  4. 직접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잘보고 갑니다~

    2012.06.13 14: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너무나도 유명한 <엄마를 부탁해> 아직 읽어보지 못 했네요
    이 포스팅 읽고 나니 기대가 살짝 반감되긴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시간나면 한 번 읽어볼게요^^
    좋은 포스팅, 솔직한 평가 잘 보고 갑니다^^

    2012.07.30 08: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DM2011.08.01 21:56

미국집에 돌아오자 예의 향수병을 앓는다.
며칠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고
이번엔 예전보다 오랜기간 머물러 그 마음이 더하다.



밤낮이 바뀌지 않아
뱃속에서 말갛게 세상에 갓 나온 아이처럼
밤으로 낮으로 토끼처럼 자고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음식을 먹는다.


꿈도 없는 잠을 자다 깨어

한국의 누구인가
어디인가를
보지 못하고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머리속으로 인식되자 마자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 흔히 마음이라 집히는 근육이 망치로 맞은 듯 얼얼 하다.



이렇게 한밤중
낮처럼 깨어있는 몸에

정적이 귀를 아프게 할 때는
한국케이블 텔레비젼을 틀어 놓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깔아온 카톡으로 들어오는 메세지를 본다.

복잡하고 바쁜 한국의 낮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메세지들.

후배아이가 시끄러운 서울 통근전철 사람사이에 끼어 카톡으로 묻는다.

"향수병이 구체적으로 뭐야? "

"난 떠나 본적이 없어서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

난 정적의 가운데서 대답한다.

'물속에 앉아 있는 느낌'-

'서울의 소음을 열심히 걸러내던 귀가
지독한 정적에 적응하지 못하고 물먹은 귀처럼 아프게 찡찡거리고'


'크게 숨쉬며 뛰어 다닐 수 있게 하던 허파대신
몸 속 어딘가 있는 아가미를 기억해내어
숨을 쉬어야 하는 '


'재빨리 뭍의 기억을 지우고
정신을 차려 손발을 허우적거려 수영해내지 못하면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 죽고 마는...'


'그건 공기가 있고
두발로 걸을 수 있고
힘들면 앉아 쉴 수 있는 육지에서의 마음아픔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무언가 다른 단계의 아픔이라고...'

'.................'


후배아이는 밝고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서 받아드는
깊게 어두운 낱말들에 당황한다.


당황하는 그 아이 모습에 미안하다.

그래
허우적 거리지 말고
그래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지 말고

어찌되었든 몸 어딘가에 있는 아가미를 찾아
정신을 차려 수영을 시작하여야 하는 건
온전한 내 몫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 사이 조용히 이곳에도 해가 뜬다.
어둠에 갖혀 있던 이 곳 세상의 실루엣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 모습 또한 낯설지만은 앉다.
내가 꽤 오랫동안 아가미로 살아온 이곳 또한 떠나면 그리워할 모습들이겠지...



서울의 저녁을 기억하는 위장에
정신차리라는 듯
심하게 진하게 내려진 커피를 마신다.
'아침이야' 하고.. 



이곳에서 태어나
아가미로 숨 쉬는 아이들이 깨어 파닥거리며
제 물을 만난듯 휙휙 물살을 가르며 아침을 깨운다.


그래..
어찌되었든 살아야 한다면
더 이상 아파도 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입술 꽉 깨물고.. 

다시 멋지게 시작할 수 있을 거다..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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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hoe,Ji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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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은 선배는 멋지게 시작할 수 있을거야. ^^ 선배는 멋지니까.. 여기는 하루가 저물어간다. 선배의 하루는 시작되겠지? 새로운 하루를 잘 시작하기를. 힘내요. 아자아자. 나도 선배가 보고 싶지만 ㅋ 꾹 참고 ㅋ 잘 살아야지 으헤헤... ^___^

    2011.08.01 23: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카톡에 반가웠는데...
    아...애잔하다...
    나도 향수병을 앓고 있는 것일까요?
    왜 이렇게 지은님 글에 공감이 가는 걸까요?

    그래도 마지막 말 처럼 저 역시 "다시 멋지게 시작할 수 있을 거다. 난 ^^"라고 다짐합니다.

    2011.08.05 23: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한국분들은 다들 카톡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
      그러게요.. 한국에 계신데도 향수병이 ^^;.. 힘내세요! 저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2011.08.06 03:52 신고 [ ADDR : EDIT/ DEL ]
  3. 화이팅입니다^^

    2012.02.26 23: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도 예전에 영국에 있을 때. 향수병이 걸려가지고는...
    길 가다가도 한국 생각이 나고... 학교에서도 괜시리 과거 한국학교에 있을 때 생각도 나고...
    지은님 그래도 힘내세요~ 마지막 글귀대로 멋지게 시작하실 수 있을거예요

    2016.01.25 13: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